slowgoodbye- 그만 그 말 그만


이별하는 날은 평소보다 바쁘게 보냈어.
그동안 미뤄왔던 상담도 받고 좋아하는 류이치사카모토展도 보고
저녁으로는 스웨덴 가정식을 먹고 맥주 한잔도 마셨지.
체할듯이 꾹꾹 눌러왔던 마지막 말들을 남기고 도망치듯 너를 떠났어.
나는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 보다 말은 없지만
오다가며 마주치는 짧은 순간에도 차안에서도 자주가던 샤브샤브집
한강이 흐르던 공원에서도 고양이 두마리가 숨어있는 좁은 우리집에서도
그게 어디든 어느 장소이든
너와 나누는 대화를 참 좋아했어. 시시콜콜한 것 까지도.

연애도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인데
나이도 이쯤 먹었으면 무뎌질만도 할텐데
마지막은 항상 이만치 힘든건가봐.
사랑한만큼 힘든게 아니라, 앞으로 사랑할 수 없는 날만큼 힘든건가봐.

조심스레 너에게로 열었던 마음을 닫을 새도 없이
또 이렇게 몸안에 있는 수분을 모두 눈물로 날려버릴듯이 울고 운다.

감기가 지독히도 낫지 않았던 봄날의 환절기에 만났던 그때
"오빠는 안변할 것 같아"라고 용기내어 말하던 나를 자책해.


평소보다 바쁘게 보낸 오늘

집에 오는 길 발걸음은 무던히도 느렸고
혹시나 하는 시선은 주차된 익숙한 네자리 숫자를 찾았지만
그 번호도
그도 보이질 않았다.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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